▼인신공격의 오류 (3.25 업데이트)
상대의 '주장'을 논박하지 않고, '주장하는 사람(상대)'를 공격하는 오류
[예]
"그 친구가 겨울전자 주식을 사면 대박날 거라고 말했다고? 그 친구 어릴 때 엄청 울보에다가 지질했던 거 기억 안 나? 자네는 무슨 그런 친구 말을 귀담아 듣나."
[해설]
'겨울전자 주식을 사면 대박난다는 친구의 말은 틀렸다. 왜냐하면 그 친구가 어릴 때 울보에다가 지질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예문의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 앞문장과 뒷문장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나요? 제 생각에는 '어릴 때' 그 친구가 '울보였고 지질했다'는 것이, '오늘날' 그 친구가 '주식 투자 분야를 제대로 판단했을 리 없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주장의 타당성·신뢰성과 무관한 인신공격(남의 신상에 관한 비난)으로 반박하는 것을 인신공격의 오류라고 합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인신공격의 '오류'가 되려면, 인신공격한 내용이 반드시 주장과 관련성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앞의 예문이 아래와 같이 바뀐다면 이것도 인신공격의 오류일까요?
"그 친구가 겨울전자 주식을 사면 대박날 거라고 말했다고? 그 친구 바로 어제 우리 동창회 회비 걷을 때도 돈 계산이랑 참석자 수 세는 것도 제대로 못하던 녀석인데? 게다가 걔 지난 달에 동창 주영이 꼬드겨서 주식투자 시켰다가 주영이 퇴직금 몽땅 날려먹은 놈인데? 다시 생각해 보게."
자, 이 문장에도 인신공격은 있습니다. 뒷받침 문장이 모두 인신공격이지요. 하지만 여기에서 인신공격한 내용은 '주식투자 능력·안목'에 직결되는 사실들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인신공격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인신공격의 '오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명심하세요, 인신공격의 오류는 '주장과 무관한 내용의' 인신공격을 펼칠 때에만 성립합니다.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3.25 업데이트)
'주장'에 대한 근거로 '주장하는 사람(또는 같은 입장인 사람)'의 권위를 제시하는 오류
[예]
"교장선생님께서 '부먹'이 제대로 된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교내 방송에서 말씀하셨어. 그러니까 탕수육은 기본적으로 소스를 부어서 먹는 음식이야."
[해설]
인신공격의 오류가 상대측 사람을 비난해서 주장을 펴는 것이라면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는 우리측 사람의 권위를 추켜서 주장을 펴는 것입니다.
교장이라는 직위는 분명 사회에서 어느 정도 권위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탕수육 '부먹'과 '찍먹' 중 어느 것이 오리지널이냐는 논란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근거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예문의 둘째, 셋째 문장은 단지 '부먹파를 지지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라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만약 앞의 예문이 아래와 같이 바뀐다면 이것도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일까요?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가 탕수육은 '부먹'이 오리지널 취식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원래 기본적으로 탕수육은 '부먹'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대답은 인신공격의 오류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분야의 권위자를 근거로 제시했다면 곧장 오류라고 단정 짓지 말고 한 번 검토해 보세요.

※ 덤: 이연복 셰프의 진짜 입장 http://tv.naver.com/v/1084154
 

 

 

▼동정에 호소하는 오류 (3.26 업데이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로 '연민(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감정)'을 이용하는 오류.

[예]

"얘들아, 나 학급회장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인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1년, 무려 22학기를 지나오는 동안 단 한 번도 학급회장을 못 해봤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말도 있는데, 산 사람 소원 들어주실 수 없을까요? 부탁드립니다, 학우 여러분!"

[해설]

예문의 주인공이 가련하다는 마음은 듭니다. 만약 올해에도 학급회장이 못 되면 이제 저 학생은 자신의 인생에서 학급회장은 영영 해볼 수가 없는 상태이네요. 하지만 불쌍한 마음과 별개로, 과연 저 학생이 학급회장으로서의 적격성(준비된 학급회장인지, 학급회장이 잘해야 하는 것을 잘해낸 경력이 있는지 등)을 갖춘 학생인지가 예문에서 충분히 확인되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다시 말해 예문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주장입니다.

물론 '에잇, 그깟 학급회장이 뭐 대수라고. 쟤 한 번 시켜주자!'라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합니다만, 만약 이것과 똑같은 맥락의 주장을 여러분의 인생에서 훨씬 중요한 순간에서 맞닥뜨린다면, 그때에도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대의 주장에 항복하거나 굴복할 수는 없겠죠?

[♨수능주의 hot point♨]

"안타깝게도 히오스 유저들이 게임 한 번 하려면 평균적으로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한대. 너와 내가 히오스를 시작한다면, 전체 히오스 유저들의 매칭 대기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같이 히오스를 하지 않을래?"

자, 다른 예문입니다. 이 예문에서 둘째문장 자체는 논리적으로 참인 진술입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매칭 대기시간은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와 내가 히오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위성·타당성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듯 일부 논리적인 진술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 덤: 웹툰 속 동정에 호소하는 오류 (네이버웹툰 빵점동맹 35~36화)

(35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95498&no=36

(36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95498&no=37

 

 

 

거짓 원인의 오류 (3.27 업데이트)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착각하여 주장의 근거로 삼는 오류

[예]

"코딱지를 먹은 날은 국어시험을 항상 잘 봤어. 오늘도 코딱지를 먹으면 국어시험을 잘 볼 거야."

[해설]

아닙니다. 분명 아닙니다.(단호)

전형적인 오비이락(烏飛梨落)이지요. (※오비이락 : [명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으로,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

엉뚱한 원인을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수학 개념 중 '상관관계'를 혹시 배웠나요? 양의 상관관계, 음의 상관관계, 상관계수 같은 것들이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해서 생기는 '거짓 원인의 오류'들이 심화 문제에서 종종 나옵니다. 다음 예를 보시죠. (상관관계를 수학시간에 안 배웠어도 이해할 수 있게 해설할 테니 걱정 말고 다음 예를 봅시다^^)

"해마다 얼음 판매량이 늘어난 기간에는 에어컨 판매량도 항상 늘어났다. 따라서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얼음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얼음 판매량 증가는 더위 때문일 것이고, 에어컨 판매량 증가도 더위 때문일 것입니다. 더위가 심한 해에는 얼음 판매량도 늘고, 에어컨 판매량도 늘겠지만, 얼음 판매량과 에어컨 판매량이 서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 원인의 오류'를 좁은 의미로 쓸 때는 이런 경우(하나가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다른 하나도 상승하거나 하락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내용이 서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아닌 경우)에 인과 관계를 잘못 연결하는 것만을 뜻합니다. 참고로 거짓 원인의 오류는 언론인들, 정책연구가들, 사회과학자들, 각종 전문가 집단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순환 논증의 오류 (3.26 업데이트)

주장이 옳을 때 성립하는 진술을, 주장이 옳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오류.

[예]

“그 놈은 나쁜 놈이니 사형을 당해야 해. 사형을 당하는 걸 보면 나쁜 놈이야"

[해설]

'나쁜 놈은 사형을 당해야 한다.' + '그 놈은 나쁜 놈이다.' = '그 놈은 나쁜 놈이니 사형을 당해야 한다'

예문의 앞 문장을 분석한 것입니다. 이렇게 쪼개고 보니 예문의 앞 문장은 정석적인 삼단논법입니다. 자, 여기서 대전제('나쁜 놈은 사형을 당해야 한다.')와 소전제('그 놈은 나쁜놈이다')만 참인 것이 확실하다면, 결론은 당연히 참이 됩니다. 그런데…… 두 전제를 뒷받침할 근거가 '사형을 당하는 걸 보면 나쁜 놈이야'입니다. 이것도 참인 것이 확실한지 증명이 되지 않은 진술이지요. 이렇게 옳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은 진술이 서로서로 꼬리를 무는 식으로 순환될 때, 우리는 이것을 '순환 논증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서로 꼬리를 무는 방식이어야 순환논증의 오류입니다. 다시 말해 [결론이 참이려면 근거가 참이어야 하는데, 근거가 참이려면 결론이 참이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야, 순환논증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3.27 업데이트)

불충분한 사례로 귀납적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

[예]

"우리 형은 수능 전날 롤을 4시간 하고, 수능을 엄청 잘 봤다. 따라서 수능 전날 롤을 하면, 수능을 잘 볼 수 있다."

[해설]

안 됩니다. 여러분 안 됩니다.(엄격근엄진지) 이 예문에서 단 한 명의 사례는, 결론을 입증하기에 너무나 불충분해 보입니다. 이런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충분하다 싶을 만큼의 사례를 근거로 보편적 결론을 이끌어내면, 그것은 정상적인 귀납법(일반화)이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닙니다.

 

 

 

▼흑백 논리의 오류 (3.27 업데이트)

흑이 아니라고 하면 모두 백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인한 오류.

[예]

"너는 아이폰을 쓰지 않잖아. 그러니 너는 '삼성빠'인 게 분명해."

[해설]

휴-. 오류 예문을 만들다보니 제가 다 고구마 100개 먹은 것 처럼 답답해지네요. 저 예문에는 정말 많은 중간지대와 예외가 깡그리 무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 중에는 LG폰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화웨이나 샤오미 등등 다양한 다른 업체의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삼성빠'라서 아이폰을 거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100%일 리는 결코 없습니다. 그런데 저 예문은 100%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요. 이런 식의 논지를 펴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좀 거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느낌도 듭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흑백 논리의 오류를 피하려다, 부적절한 양비론(둘 다 틀렸다는 식의 사고)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중간값이 있는 명제와, 중간값이 있을 수 없는 명제를 꼭 구분해서 흑백논리의 오류인지 유뮤를 판별하기 바랍니다. 중간값이 있을 수 없는 명제에서는 흑백논리가 오류라고 보기 조심스럽습니다.

 

 

 

▼피장파장의 오류 (3.27 업데이트)

다른 이도 잘못을 했으니, 내 잘못은 잘못이 아니라는 식의 오류.

[예]

"쟤도 공기계 내고 수업시간에 휴대폰 썼어요. 제가 공기계 내고 수업시간에 휴대폰 썼다고 혼내지 마세요."

[해설]

꽤나 중요한 오류입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공무원, 국회의원 등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빠져 있는 오류이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문화적·사회적·정치적 수준이 시시때때로 깎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문을 봅시다. 다른 학생도 공기계 내고 수업시간에 휴대폰 썼다고 해서, 자신이 공기계 내고 수업시간에 휴대폰 쓴 행동이 규칙 위반이 아니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예컨대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 단속에 걸린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해 봅시다.

"아니, 왜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음주운전한 건 넘어가고, 내가 음주운전 한 것만 잡습니까?"

당신이 경찰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모든 음주운전을 다 잡고 나서 다시 당신을 잡으러 오겠습니다."라고 대답하진 않겠죠? 경찰이 설령 놓친 사람이 있거나 단속의 사각지대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따로 비판받아야 할 문제이지, 이 점을 지적한다고 해서 음주운전자가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피장파장의 오류를 문제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로 그 사람 및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시민의식과 성숙도 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물론 피장파장의 오류의 상황에서, 상대의 잘못(위의 예문에서는 처벌의 비일관성)은 분명 비판 받아야 합니다. 누구는 벌을 주고 누구는 벌을 주지 않은 상황이 잘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상대가 잘못한 점이 있다고 해서 내 잘못이 잘못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 상대의 잘못은 그것대로, 내 잘못도 내 잘못대로, 각자 별개의 것임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피장파장의 오류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환자분,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절하십시오."

"에이, 의사선생님도 술·담배 하시잖아요."

의사선생님이 술·담배를 한다하더라도, 그것이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명제가 틀렸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살짝 감이 오시죠? 이렇게 보면 피장파장의 오류는 [인신공격의 오류]와 [논점일탈의 오류]의 콤비네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논점일탈의 오류 (3.27 업데이트)

주제나 쟁점에서 벗어난 화제로 논박하는 오류.

[예]

"과 익명게시판에 '왜 엠티를 참석하지 않는 우리가 엠티비를 강제로 내야 돼죠?'라고 쓴 후배님. 제가 왜 그래야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후배님, '내야 돼죠'가 아니라 '내야 되죠'가 맞는 표현입니다."

[해설]

예문에서 논점일탈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죠?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논점일탈을 일삼는 사람들이 매우 달변가이고 토론을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TV토론을 논증에 무지한 일반시민이 보다보면, 논점일탈을 일삼는 사람은 계속 당당한 듯이 공세를 펴고, 상대는 논점에서 일탈한 질문에 대응하다가 버벅거리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점일탈은 굉장히 단순한 오류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악질적인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쟁점이 여러 개인 토론에서는 한 쟁점에 대해 열심히 논박을 주고받다가 어느 한 측에서 다른 쟁점으로 대화를 옮기는 경우, 그것을 논점일탈의 오류라고 보지 않고 그냥 '저 쟁점에 대해서는 패배를 인정했구나.'라고 봅니다. 예컨대 두발자유화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찬성측에서 두발자유화를 하면 학생이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진다고 말했는데, 반대측에서 두발자유화를 허용하게 되면 학업에 소홀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대응한다면. 이는 논점일탈의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니라 '개성 추구' 쟁점은 포기하고(=패배를 인정하고) '학업 성취' 쟁점에서 승패를 또 가려보려는 것입니다. 이런 토론에서는 누가 더 많은 쟁점에서 이겼는가, 또는 더 중요한 쟁점에서 이겼는가를 가지고 토론의 승패를 판정합니다.

 

 

 

▼무지의 오류 (3.26 업데이트)

반대측 주장이 옳다고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내 주장이 옳다는 식의 오류.

[예]

"천사가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확실하게 증명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천사는 존재한다."

[해설]

반대측이 확실히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논증해내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더 타당한 논증을 해낸다면 당연히 내 주장이 더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얻는 것이겠지만, 반대측도 나도 똑같이 논증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건 그냥 무승부입니다. 그러니 무지의 오류는 '무승부면 내가 이긴 거야!' 식의 억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승부'이면, 진 것도 아니지만 이긴 것도 아닌 상태, 단지 그뿐입니다.

[♨수능주의 hot point♨]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 등이 적용되는 일부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는, 무승부일 때(=양쪽 다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논증하지 못했을 때) 한 쪽이 옳은 것으로 봅니다(무죄추정의 원칙에서는 고소를 당한 쪽).

 

 
 


 

※ 글을 맺으며

오류의 종류는 이것 외에도 더 있지만, 수능특강에 언급된 오류는 이걸로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한 술에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여기 있는 오류를 충분히 숙지해 보기 바랍니다.

여러분,

논증으로 내용을 전개해야 하는 담화나 글(토론, 논설문)에서 위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은 분명 죄악이고, 부끄러운 것입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여 토론, 논설문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고, 오류를 범하는 자에게 관용을 베풀어 부당한 평가를 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담화와 글이 다 논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논증으로만 이루어진 우주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인간은 컴퓨터나 기계장치에 비해 1%도 나은 것이 없는 존재일 겁니다. 인간성, 인간의 아름다움은 사실 논리적으로는 오류인 것들이 상당수이니까요.

논증이 필요한 곳에서는 철저히 오류를 죄악시해야 하지만, 논증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은 삶의 순간에서는 논리에 집착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는 인생을 사는 것이고, 인생 자체는 오류가 있어 저마다 다른 빛깔로 가치롭습니다. (오류가 없다면 일부의 삶만 가치롭게 될 겁니다.) 논증의 오류를 정리하다보니, 이번 주는 만화 '원피스'의 쵸파 에피소드가 기억나는 주말이었습니다. 다들 주말 마무리 값지게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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