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 화학자들은 물이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화합물이라는 것을 발견했지만 수소와 산소가 어떤 비율로 결합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19세기 초에 돌턴은 「화학 철학의 새로운 체계」에서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입자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원자설을 주장했다. 그리고 원자들이 결합되어 물질을 만드는 몇 가지 기본 규칙을 제시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최대 단순성 규칙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두 종류의 원자가 결합하여 만든 생성물이 한 종류일 때 두 종류의 원자가 1:1 결합하여 이원자 화합물을 만들게 된다. 돌턴은 이에 근거하여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한 개씩 결합하여 물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의 방식대로 표현하면 물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식은 ‘H+O→HO’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화학자 게이뤼삭이 발표한 기체 반응 법칙은 이 같은 돌턴의 원자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체반응 법칙에 따르면 서로 다른 기체가 반응하여 새로운 기체를 생성할 때, 반응 기체와 생성 기체의 부피 사이에는 간단한 정수비가 성립한다. 예를 들어 염소 기체와 수소 기체가 만나 염화수소 기체를 생성할 때 각 기체의 부피의 비는 1:1:2가 된다. 그러나 돌턴은 기체 반응 법칙에 반대했다. 만일 염소 기체 1부피와 수소 기체 1부피가 반응하여 염화 수소 기체 2부피가 만들어진다면, 같은 1부피의 기체 속에 들어 있는 입자 수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물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에서는 수소 기체 2부피와 산소 기체 1부피가 만나 수증기 2부피를 생성하므로 ㉠같은 부피의 기체에 같은 수의 입자가 들어 있다는 이런 가정은 돌턴의 원자설과는 잘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1811년에 이탈리아의 과학자 아보가드로는 분자 개념을 도입하여 원자설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기체 반응 법칙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가설에서 기체의 종류가 다를지라도 같은 온도, 같은 압력하의 동일한 부피의 기체 안에 들어 있는 분자 수는 동일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체는 분자라고 하는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고, 분자는 원자 몇 개가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알갱이라고 가정했다. 아보가드로에 따르면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는 화학 반응식은 돌턴이 제시한 ‘H+O→HO’가 아니라, 두 개의 수소 분자가 하나의 산소 분자와 만나 두 개의 물 분자가 되는 ‘2H₂ + O₂ → 2H₂O’가 된다.
그러나 당시 화학자들은 아보가드로가 주장한 분자 개념이 화학적 친화력설에 위배되기 때문에 아보가드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르셀리우스에 따르면 모든 원자는 양전하(+)와 음전하(-)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양전하를 가진 원자와 음전하를 가진 원자 사이에 전기적인 인력에 의해 화학 결합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양전하를 띤 수소 원자와 음전하를 띤 산소 원자의 사이에는 인력이 작용하여 ‘HO’가 만들어지는 것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같은 전하를 띠는 입자들 사이에는 척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H₂’나 ‘O₂’와 같은 분자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던 중 물의 화학식에 관한 결론을 내리는 데 유기 화학 분야에서 이용되던 분자 구조 모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기화학은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 화합물의 구조나 특성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자들은 유기 화합물을 연구하면서 유기물들의 조성과 구조의 유사성으로부터 유형 이론을 제시했다. 유형 이론은 1839년에 프랑스의 화학자 뒤마가 제안하고 그의 제자였던 제라르가 발전시킨 이론이다. 유형 이론에서는 분자 구조의 기본 유형으로 다음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그림은 칠판에 그리겠다...)
[A]【위의 물 유형을 보면 산소 원자 하나를 중심으로 그 왼쪽에 수소 원자 둘이 결합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돌턴의 ‘HO’가 아닌 아보가드로가 제안한 ‘H₂O’에 해당하는 구조이다. 물 유형을 이와 같이 구조화할 경우, 에탄올(C₂H5OH)이나 아세트산(CH₃COOH)과 같이 물 유형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화합물의 구조를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860년 국제 화학자 회의에서 칸니차로는 아보가드로 가설을 받아들일 경우, 원자량과 화학식 사이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설명될 뿐만 아니라 원자량과 분자량에 관한 일관된 체계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주장이 수용되어 물의 화학 반응식은 ‘2H₂ + O₂ → 2H₂O’로 공식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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