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필답 교환 ===
(7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직종 종사자나 차종 운전자의 부정적 행태에 대한 보도가 대중매체를 비롯하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편인데, 이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당 직업이나 해당 차종이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차종 운전자 중 문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표면화되는 것일 뿐라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런 부정적 사례가 표면화될 때 해당 직종 협회 등에서(차종 모임에서) 또는 관계 정부 당국 등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겠지요. 만약 후자의 경우, 자정 작용이나 문제 예방/대처 프로세스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문제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요?(=1인 미디어의 경우 자정 작용이나 문제 예방/대처 프로세스가 없이 그러 방종되고 있다면 이는 1인 미디어 전체에 대해 충분히 우려를 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8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아주아주 좋은 독서 태도입니다. 굿!
(16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아주 근원적인 데까지로 생각을 뻗어나간다면, 쓰레기가 적게 배출되도록 제품 생산을 하는 기업체에게 큰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출발점부터 개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학교의 경우에도 대입 전형이 적절하지 않은 방향으로 운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큰 어드밴티지와 패널티가 있는 선택지를 대학들에게 주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대증 요법’적인 차원에서는 모두가 기피하는 것을 감수해야 할 이들에게 사회·경제적 보상의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보상의 경우 고입이나 대입에서 사회통합전형 자격을 주거나(도서벽지 등의 농어촌 지역 자녀 또는 국가유공자나 고엽제 피해자 등의 자녀에게 자격을 주고 있는 것처럼), 취업에서의 쿼터나 특별 채용 또는 주택 분양 등에서의 우선권 등이 가능할 겁니다. 경제적 보상으로는 거액이 필요한 기반시설(철도, 공공도서관, 공원 등)을 건설하거나 실질적인 보상금을 일시적 또는 거주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보상은 국제 통상 차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를 해외로 반출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활발했으니까요(지금은 쓰레기를 반입해주는 국가들의 인건비나 경제 수준이 상승하여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많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 악화와 건강에 대한 위험성으로 인해 사실 주민 입장에서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사인이 쓰레기 처리장 문제입니다.
(34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사람의 삶은 매우 다면적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지방이 불리하고 모든 면에서 서울이 유리한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우, 지방에서 살아가거나 심지어 태어났다는 사실에서 파생되는 불리함이 종합적인 면에서 유리함을 현저하게 압도합니다. 똑같은 실력을 가진 고등학생이 목표로하는 최상위권 대학/학과를 지방에서 가는 것과, 서울에서 가는 것중에 지방에서 가는 것이 더 힘듭니다. 이런 점을 비롯헤 이와 관련된 여러 논점들은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 사제북킹이 끝나고 토의를 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39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현재 대한민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은, 국책 사업 등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때, 지방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결괏값이 1을 넘지 못하더라도 그 외 종합적 맥락과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하여 승인이 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외의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의 주민이 인프라가 우월한 지역에 더 잘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인프라가 우월한 지역의 수혜를 누리게 하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 자체를 개발하여 인프라가 우월한 지역과 비등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지만, 인프라가 우월한 지역이 더더욱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게 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후자는 자생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는 하나 그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몇 달 전 의사협회와 정부 간의 마찰도 이런 쟁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방에 아무리 의사를 많이 할당해도, 특정 과들(특히 수술이 주 활동인 과들)의 경우 교통이 발달하면 할수록 결국 사람들이 지방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서울로 오게 되어, 지방의 의료 역량은 계속 낙후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는 우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47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사실 정규직 전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대한민국에서 봉급을 받는 평범한 근로자가 정규직이 아니면 경제활동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으로서 계약 종료 등의 처우를 받더라도, 그 경력을 다음 직장에서 제대로 대우받고 다음 직장을 구하는 과정도 순탄하다면 사실 정규직에 크게 목맬 필요가 없어지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비정규직의 경우 경력을 제대로 다 인정받기가 쉽지 않고, 또 다음 직장을 무난하게 구할 수 있을지도 매우 염려스럽기 때문에 이런 일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사 사례는 아주 예리하게 잘 찾아서 기특합니다만, 결국 모든 사회 집단은 집단 내부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본성이 발휘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대한 억제책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59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정말 훌륭합니다. 옆에 있었으면 크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65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공감합니다. 친가나 외가 또는 형제자매 등으로부터 육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여건, 또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직장 문제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사고나 병 등으로 숨져서 또는 이혼 등으로 인해 홀로 육아하는 여건의 경우, 그런 여건이 아닌 사람들이 머리로는 ‘그렇겠거니…’ 이해할 수 있어도 정말 얼마나 힘든지 심정적으로 느끼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적용할 때, “장애인이 몇이나 된다고”나 “그냥 장애인이 이런 거 이용하려고 안 하면 안 되나?”라고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사회 취약계층 또는 쉽게 비난이나 공격의 화살을 받는 계층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성을 갖고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여, 네이버 웹툰 중에 ‘닥터 앤 닥터’라는 웹툰에서 미혼부에 대해 다루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시간 되면 보아도 좋습니다. 추천하는 웹툰입니다.
(70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그 기준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문제의식을 보여 크게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이 사안의 경우에는 민사이니 검사는 없겠지만)이 얼마나 전문적 역량으로 충분할 만큼 정의롭게 직무를 수행하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여기서 ‘정의롭게’의 부분은 해당 법조인을 관리감독하는 정부부처나 관계당국에서 더욱 힘써야 하는 부분이고(그리고 간접적으로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인 우리의 관심과 참여, 목소리를 통해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는 부분이고), ‘전문적 역량으로’의 경우에는 개별 법조인의 능력이나 권위 등의 편차를 최소화하면서 더욱 보편적인 법조 서비스를 더 많은 국민이 낮은 문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차 필답 맺음말) 책 쪽수가 제일 작아서 이 책을 선택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학생의 1차 사제북킹 글을 보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남은 2차와 3차에도 이렇게 수준 높고 유의미한 대화를 많이 나누길 기대합니다. 파이팅!
=== 2차 필답 교환 ===
(2차 필답 여는 말) 유익한 교육서비스가 된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82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다른 것도 그러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식의 태도는 문제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다른 모든 것(=전체)가 일거에, 일시에 해결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인간사회는 프로그래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령어 코딩하면 일괄 적용되는 그런 개념, 세계가 아님에도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미성숙한 것이죠. 경찰이 일정 시간대에 일정 장소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할 때, 음주운전으로 걸린 사람이 ‘나 말고도 오늘 음주운전한 사람 많을 텐데 왜 파일 이 시간 이 장소에 있는 나를 잡느냐’라고 항변하는 것이 미성숙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만약 특정 대상을 벼르고 벌어진 경우에는, 그건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사안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힙 등 각종 우리 사회 갑질, 학대, 폭력 관련 법률에서도 벼르는 것은 괴롭힘으로 봅니다. 가령 수험생에 입장에서 이야기해 본다면 수능감독관 3명이 시험실에 있는 24명 중에 나만 뚫어져라 보고 나의 행동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한다면(정당한 이유 없이 그리한다면), 설령 그것이 감독 규정과 지침에 합치하는 것일지라도 분명 당사자인 수험생이 항변할 만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책에서 다룬 중심 소재에 대해서도 짚어봅시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 근대5종에서 펜싱과 수영을 압도적으로 1위 했던 독일 선수가 승마에서 말이 말을 듣지 않아 과락하면서 결국 메달에 멀어졌다는 뉴스 혹시 보았나요? 승마 시 말에게 채찍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동물보호 차원에서 금지되면서 이 같은 ‘복불복’ 현상이 일어났는데요, 저는 이때부터 동물보호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하며 질문거리를 모아봤는데, 이렇게 쓰이네요. 제가 약 3개월간 모았던 질문거리들을 공유하니, 이 중 흥미가 가는 것들 한두 가지로 더 사색‧고찰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속칭 ‘개냥이’로 불리는, 태어날 때부터 강아지 또는 그 외 성질과 행동이 살가운 타 동물과 함께 자라 그런 습성이 몸에 밴 반려묘의 경우, 그 삶은 고양이의 유전적 천성과 상이하므로 불행한 삶이라고 볼 수 있을까?
✍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육사들이 부모처럼 기른 사자가 있다. 이 사자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살코기를 먹으며 자랐다. 이 사자를 야생에 가져다 놓고 살아 있는 초식동물을 사냥해서 그 살점을 뜯어먹게 하는 것은 사자의 천성을 회복시켜주는 좋은 행위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동물 학대라고 보아야 하는가?
✍ 이미 탄소가 배출되는 행위들을 남용하여 경제 발전을 해서 우위에 선 선진국들이 탄소 중립을 외치는 상황에서, 자원‧지리적 특성‧자연 환경 등 여러 제약으로 친환경 경제 성장이 어려운 나라들은 어찌해야 할까?(feat. 산천어 축체와도 연관)
(83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최근 서울 주요대학 중 한 곳에서, 이와 관련한 글을 대입 논술의 제시문으로 사용했습니다. 그 내용은 동물이 [ 고통을 받는다 / 고통을 받지 않는다 ]와 같이 [유/무], [전부/전혀](All-None), [온/오프]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개별 가축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1~10으로 스펙트럼화한 어느 학자의 내용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자연계에 살아가는 생물 종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만 주는 공생관계로 존재할 수만은 없습니다(적어도 현재의 자연환경, 인간사회의 체제와 문화, 지구의 지리적 특성, 과학기술로는요). 책에서는 병아리 부리 자르기같이 유리한 논거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의 서술자가 반려견‧반려묘를 중성화하는 수술 또는 반려견 산책 시 목줄을 의무화하는 것 등 같은 불리한 논거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서술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동물권과 인권에는 상충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며, 이렇게 까다로운 부분을 회피하는 것은, 공론장에서의 바람직한 태도라기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의 영업(광고‧홍보) 행태 또는 종교계의 선교 활동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저는 이 책 저자의 기술에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글에서 가져다 쓴 저 논거마저도, 만약 육계의 부리 자르기를 당장 전면 금지한다면 현재 소고기 대비 메탄가스 유발량이 5분의 1 수준인 닭고기가,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겁니다.
(92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만약 학생이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강의를 듣는 대학생이었다면 교수로부터 아주 크게 칭찬을 받았을 겁니다. 지난해 제주도 부동산을 구매한 중국인의 데이터를 제주도 지도에 그래픽으로 나타낸 한 언론사의 기사문이 기억납니다. 그 그래픽은 제주도 땅의 20% 이상이 마치 중국인에게 넘어간 것처럼 시각적으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합산해서 보면 2%도 되지 않았거든요. 이는 뉴욕, 서울 또는 여러 나라의 관광특구 도시의 부동산 및 건물 소유주 중 외국인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저는 매우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다수 중고생이 학생만큼의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끝으로 중국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통념은, 교육‧문화‧정치‧환경 등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94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학생의 소감에 크게 공감합니다. 이 책의 서술 방식 중, 교묘하고(어찌 보면 야비한) 서술 방식이 ‘비대칭 서술’입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체감하기에, 어떤 가치관, 신념, 사조(주의), 주장이든 간에 그 내부에는 건전한 수준부터 선 넘는(=건전하지 못한) 수준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스펙트럼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자신의 가치관에서는 건전한 양상만을 환기하며 방어하고, 반대되는 가치관에서는 건전하지 못한 양상까지를 싸잡아 공격합니다. 이를 간파‧통찰하기 힘든 독자층을 고려해 볼 때, 이는 지식인으로서 참으로 비윤리적인 글쓰기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99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보통 미디어(언론, 책, 영상매체 등)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판단을 끝내는 청소년이 많은데, 더 찾아본 점이 아주 기특합니다. 저는 당시 저 보도를 접했을 때, 실제 사형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징병제를 피하면 징역을 살고 범죄자가 된다는 점을 들어 한 한국인이 난민 신청을 하고 이를 받아줬던 캐나다와 비교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107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당사자에게 실례였던 것임은 분명하나, 학생이 어린이였음을 참작한다면 당시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던 것도 맞습니다(물론 얼마나 어릴 적이냐에 따라 살짝 가치‧도덕 판단이 다를 순 있겠지만…). 만약 지극히 어린 시절에 해당 행동에 대하여 지나친(아이의 입장에서는 영문 모를) 면박 등의 피드백을 받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 및 내면 형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실례’라는 단어에 이미 단서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으로 친다면 ‘부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부자연스러운 반응과 처신을 내면화하고 의식화하는 것이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 바람직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도 사실은 부자연스러운 인간 행동이라는 점과, ‘내가 하고 싶은 대로’를 너무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요즘 기류의 부정적 면을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118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저도 참… 충격이었습니다.
(138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아시아에서 페미니즘의 학문적 권위자로는 최고라 꼽히는 우에노 치즈코(대한민국에서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로 유명한) 씨가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성학을 낳은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여성운동이지만, 페미니즘은 결코 여자도 남자처럼 행동하고 싶다거나, 약자가 강자가 되고 싶다는 사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약자가 약자인 채로 존중받는 것을 추구하는 사상입니다.”
저는 이 말이 참으로 인상 깊었고, 페미니즘의 건전한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소감도 저 교수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습니다.
미러링의 해악 중 하나는, 앞서 94p 피드백에서 언급했던 ‘비대칭 서술’이 되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페미니즘에서 건전한 양상(A)부터 불건전한 양상(B)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처럼,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놓여 있는 사조에도 건전한 양상(C)부터 불건전한 양상(D)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할 터. 저 미러링은 D에 책임, 문제행동의 근본적 원인을 덧씌우면서 C+D를 싸잡아 무분별하게 해악을 끼칩니다. 이런 점이 참으로 유감스럽고 역시 비대칭을 간파하기에는 덜 성숙한 청소년, 미성숙한 청년층의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지는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개념부터가 너무나 다르다”는 학생의 마지막 멘트로 이어지는데, 비대칭적인 것을 대칭으로 놓은 이후에야 어떤 토론과 논쟁이든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론의 시작 단계에서 가장 먼저 치열하게 해야 할 것이 개념 정립(용어 정의)이지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키려면 아주 구체적인 수준에서 논제를 잡도록 교대‧사범대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146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아무래도 파이 분배의 문제가 크게 작용합니다.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순간 그다음(인정한 것에 대한 표현‧후속 행동)으로 넘어가야 할 테니까요. 만약 그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립서비스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요. 그래서 이 부분은 파이 전체를 키울 수 없다면(모두가 고통을 안 받는 방안이 나올 수 없다면) 결국에는 사회적‧계층적 이해득실의 차원에서 첨예한 사안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생리와 임신을 언급하여 역지사지의 소감을 피력한 것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2차 필답 맺음말) 이제 마지막 3차 BOOK-ing만 남겨두고 있네요, 건강 잘 챙기고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길 희망합니다. 파이팅!
=== 3차 필답 교환 ===
(3차 필답 여는 말) '2022년 1월 9일 24:00 업로드 예정'이라고 써 놨었는데 예정일보다 많이 늦었네요. 예정일에 맞추지 못해 미안합니다.
(121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책에 소개된 것과 같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제 기사에 기반한 것인지 찾아 본 학생의 탐구심이 아주 훌륭합니다. 환경미화원이 급여로 542만원을 받은 것이 과도하다고 부산시의원이 예산특위에서 발언한 것을 잘 찾았네요. 저도 '예산특위'라는 자리에서 시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학생이 지적한 것처럼, 542만원을 받은 달은 상여금 백만 원이 포함된 달이었음에도 마치 평상시에 월 542만원을 수령하는 것처럼 인지될 수 있게 지적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해당 시의원의 '미필적 고의' 또는 '무능'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필적 고의'는 '내가 이러함(또는 이러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가 충분히 어떠할 수 있음을 알고도, 그걸 외면하고 이러하는(또는 이러하지 않는) 행위에서 행위자의 의도'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나의 작위(또는 부작위)에 의해서 좋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에도 그대로 작위(또는 부작위)를 강행(고집)한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는 엄연히 '악의'입니다. 만약 '하필 상여금 있는 달의 자료로 월 급여가 지나침을 운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저리 행동했다면, 해당 시의원은 무능한 것입니다. 저는 무능한 사람이 유능함을 요하는 자리에 추하게 계속 앉아 있는 것도 '악의'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비롯해서 세화고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이 '미필적 고의' 또는 '무능'을 늘 멀리하길 항상 바랍니다.
(124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학생의 경우는 '기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접하는 내용 중, 노동3권을 비롯한 근로법과 노동조합 관련 내용들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더라도 그다지 중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학생들의 학습 태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 6년은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과업에 짓눌려 있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의 효용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의 경중이 다뤄지고, 이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효용성이 낮은 해당 내용들이 소홀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회 과목에서 해당 내용을 성실히 학습하여 지금 뚜렷히 숙지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그리고 외부 강사의 한두 시간짜리 특강보다는 교과목에서 적어도 한 단원 정도의 분량 또는 그 이상으로 학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는 학생의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128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배달 플랫폼 내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노동자 지위를 받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크고 시급한 문제인지 구체적 자료를 찾아 확인한 점(해당 종사자 수 220만 명 추산), 크고 시급한 문제인데 이 책을 우리가 이렇게 읽고 있는 지금 시점에는 관련 입법이 당연히 되었겠지라고 생각한 점이 제 마음과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조사한 것처럼, 관련 입법이 현재에도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학생이 밝힌 것처럼, 학생이 3차 필답서를 내는 날까지 정기국회 고용노동법심사에 관련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죠.
시간 내 배달 보장제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팩트 확인을 하려 알아본 점도 훌륭합니다.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 보증제가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1년에 폐지된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 본 것이 인상적이네요. 해당 종사자들이 현재 '1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맥락, 그리고 시간 내 배달 보장제의 범주로 볼 수 있는 현행 배달 플랫폼 내 페널티가 그리 현저한 업무 방해나 불이익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노동자의 지위 보장'의 당위성 및 필요성은 수긍하면서도 이를 주장하는 집단에서 제시한 내용들의 타당성은 분별하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다만,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함과 고단함이 플랫폼 탓이라는 책의 서술에는 거부감도 들었다는 학생의 멘트에는 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이 분들은 호봉제도 없고, 승진도 없고, 노쇠할수록 모든 것이 감소 곡선을 그리게 되는 산업의 종사자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하는 투쟁은 곧 생존과도 같습니다. 왜 택시기사들은 월급제를 희망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건당(또는 규모, 분량당) 수익 배분 구조에서 본인의 노력 여하로 수익이 조절되는데 왜 플랫폼 탓을 하느냐는 비판은, 앞 문장에서 제가 쓴 것 같은 큰 틀에서의 진로직업 고찰을 해 보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안전운임제에 관하여 제언한 부분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135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사회적인 선정성 차이는 너무나 극명한 것이 사실'이라는 학생의 진술에 저도 동의합니다. 개인(또는 수많은 개인들)의 일시적, 의식적 행위로 쉽사리 바뀌기 힘든 부분이지요.
(152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토지 공개념이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였다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접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에 대해 알아본 것도 훌륭합니다.
(162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그렇죠. 저도 이 부분 읽으면서 참 대한민국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세부적인 계획은 찾아보기 힘든 채로 100만 호 공급, 200만 호 공급 등의 뭉뚱그려진 외침만 부각되고 있다는 학생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저는 고사성어 중에 '쾌도난마'를 몹시 싫어하는데요, 어떤 문제 상항이 수면 위로 올라 왔을 때 '처음 그냥 든 생각', '즉흥적인 판단' 등으로 뭉뚱그려서 이러자, 저러자 식으로 처리하는 행태를 정말, 아주, 몹시, 무척 혐오합니다. 저는 '숙의'와 '숙려'가 정말 아름다운 것이고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주거 문제에 대한 모든 후보의 말은 저 역시 아쉬움이 큽니다.(이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멘트는 아니죠?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이 필답은 철회하겠습니다.)
(172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 세화고등학교 학생들은 인지적으로 'Default 착시'를 겪기 쉽습니다. 본인의 거주지역 및 활동반경, 거쳐 왔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또래 학생들 다수의 생활상을 기본적인 것, 평균적인 것으로 체감하여 현실 감각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농촌 혐오, 지방 혐오, 수능 점수가 낮은 집단 멸시 등으로 사고가 오염될 위험이 큽니다. '노오력'의 문제로만 모든 걸 치부할 수 없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이를 제대로 직시할 때 올바른 현실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에 있는 이 세화고에 오기 전에 강원도 면 지역에 있는 일반고에서 3년 간 근무했는데요, 당시 제가 담임하던 반 학생 40여 명 중 3분의1이 등하교에 3시간 반 정도를 들이고 있었습니다. 등교할 때는 그나마 통학시간 별도 노선으로 버스가 운행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하교할 때는 2시간이 걸려서 총 3시간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등하교 하는 버스 안에서는 5G는커녕 4G 데이터 통신도 제대로 터지지 않아 휴대폰 인터넷도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버스에서 버리는 시간이 되지요. 배차간격도 30~45분이라 버스 한 대를 놓칠 때마다 시간은 더 늘어납니다. 이런 교통 외에도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황, 맥락이 많은데 이런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너네가 절대적인 수치에서 나보다 뒤떨어지는 까닭은 네 노력 부족이다.'라는 식의 현실 인식을 한다면 이는 분명 의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학생은 이 책을 읽으며, 의로운 현실 인식에 닻을 내리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181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유년 시절 종교와 관련된 기억이 그러하군요. 저는 전 생애에서 계속 개신교였어서 책의 이 챕터 내용이 조금 회초리로도 느껴지고, 반발심도 일정 부분 들었었습니다.
(191쪽에 남긴 메모에 대한 필답) 종교를 불평등의 해소 또는 완충 방안으로 여기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감내하게만 하는 방향이므로 부정적이라는 책의 견해에 대해 주의 깊게 독서한 점이 훌륭합니다. 이 부분에 남겨 준 메모와 관련하여서는, 개인적으로 '귀인 이론'에 관하여 더 알아보는 것도 권합니다.
(3차 필답 맺음말) 교사 생활 올해로 10년차인데, 가장 수준 높은 사제BOOK-ing을 한 게 바로 올해입니다. 학생 덕분이 큽니다. 학생에게도 제 필답이 성장에 많은 유익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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